공공주택으로 불리는 HDB(Housing & Development Board)가 전체 주거상품 물량 중 80%를, 나머지 민간주택 시장이 20%를 차지한다. 민간주택은 한국 고급 아파트와 비슷한 형태인 콘도와 단독주택(방갈로)으로 구성돼 있으며 소수 부유층이나 외국인이 주로 거주한다. 싱가포르로 본사를 옮긴 영국 유명 가전업체 다이슨의 대표 제임스 다이슨이 구매한 펜트하우스 '웰리치 레지던스'가 바로 이런 민간주택이다.
싱가포르 국민에게는 평생 두 번 HDB를 분양받을 자격이 있다. 생애 최초로 HDB를 분양받거나 부모님 집과 같은 구역에서 분양을 받으면 추가 할인 혜택까지 있다. 또 HDB를 분양받을 때 분양금액의 최대 90%까지 낮은 이자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높은 한도와 낮은 이율로 대출이 가능한 것은 한국의 국민연금과 비슷한 중앙연기금(CPF·Central Provident Fund) 덕분이다. 중앙연기금은 초기에는 근로자의 은퇴 후 안정적 삶을 지원하기 위한 국민연금 목적으로 시작됐다가 자가 주택 구입 지원과 의료, 교육 등으로 사용처가 확대됐다. 싱가포르 국민은 이 연금을 활용해 HDB의 10~20%에 해당하는 계약금액만 준비해도 HDB를 구매할 수 있어 한국과 달리 사회초년생의 주택 구매 부담이 덜한 편이다.
싱가포르 HDB는 한국에서 생각하는 공공주택과는 차이가 있다. 우선 면적부터 차이가 있고 대부분이 방 4~5개 중대형 위주로 공급된다. 물론 싱글이 거주할 수 있는 원룸도 있다. 최근에는 변화하는 주거 트렌드에 맞춰 고급형 HDB인 HDB EC(Executive Condominiums)도 공급하고 있다. 기존에 HDB 공급은 모두 정부 산하 주택개발청에서 담당했지만, HDB EC는 민간 건설사가 설계와 시공을 담당해 민간주택 시장에서만 적용됐던 수영장·사우나 같은 시설이 들어서기도 한다. 본래 HDB는 시민권자와 영주권을 가진 사람만 분양받을 수 있었지만 HDB EC는 준공 후 10년이 지나면 외국인도 구매할 수 있다. 이는 모두 한국의 LH 격인 싱가포르 주택개발청에서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수요자 편에서 관리·감독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최근 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문제가 우리 사회에 논란이 되고 있다. 공개되지 않은 도시 개발 공개 정보를 이용해 미리 땅을 구입하고 거기에 보상 가격을 올려 받기 위해 앞장서 투기를 했다는 의혹이다. 싱가포르에서는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없다.
싱가포르에서는 신도시가 개발되면 그곳에 땅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정부가 정한 시세에 따라 보상을 받고 새로운 곳으로 옮겨야 하는 불편을 겪는다. 신도시 개발에 대한 이점은 없다. 개발 정보가 있다고 투기할 공무원도 없다. 권위가 막강한 부패행위조사국(CPIB·Corrupt Practices Investigation Bureau)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패 사건만 담당하는 독립기관인 CPIB는 내부자 혹은 시민 제보를 바탕으로 수사하며, 결과 또한 모든 싱가포르 국민이 볼 수 있도록 홈페이지에 게시한다. 부패 혐의로 조사받을 때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아닌 유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되며 자신이 취한 이익이 뇌물이 아님을 입증해내지 못하면 뇌물로 간주된다.
싱가포르의 안정된 부동산은 싱가포르 주택개발청의 일관된 정책과 국민 호응으로 만들어진 결과다. 한국 역대 정권에서도 반값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공공주택 공급 등 이미 싱가포르 부동산 정책을 모델로 적용시켰다. 그러나 싱가포르와 한국은 다르다. 역사적 배경과 경제, 정치, 정서적 상황이 모두 다른 싱가포르의 주택 정책을 높은 주택 보급률이라는 결과만 보고 적용하려는 것 아닌가 우려된다. 주먹구구식 정책 변경보다는 좀 더 실수요자 편에 서서 우리나라만의 부동산 정책을 고민하는 정책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https://www.mk.co.kr/news/economy/view/2021/03/287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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